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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읽기 도전 21일차/ 박경리의 토지 1부 2편/ 9장 과거의 거울에 비친 풍경(윤씨부인의 과거)


#문의원의 장암 선생 비판

‘양반의 폐단이 골수까지 사무친 위인이오. 제아무리 학식이 깊은들 무슨 소용이겠소. 사람을 금수로 보는 편협한 언행이 모범은 될 수 없지요. 학문은 자신의 길을 찾음과 함께 백성에게도 옳은 길을 이끌어주는 데 그 근본이 있거늘 청풍당석에 홀로 앉아 어느 누구를 논박한다 말씀이오?’

토지 2권 : 박경리 대하소설 | 박경리 저


#장암 선생의 염세적인 비관론

‘칼을 주어보게. 우중들은 모두 사람백정이 될 것이네. 오므렸던 발톱을 펴는 야수와 같은 본성을 드러낼 뿐이지.’

‘사명감이라는 것도 식자깨나 배운 놈의 허울 좋은 겉옷이요, 헤치고 보면 크게 격차 나는 게 아니지. 사람의 존엄이란 능동에 있는 게 아니며 이치에 대한 피동에서 지켜져나가는 게야.’

‘학문이 진리를 찾는 것이기는 하되 반드시 진리가 이롭고 보탬이 되는 것은 아니네. 학문하는 태도 역시 이롭고 보탬이 된다는 생각이 앞선다면 장이 바치*에 떨어지고 마는 법, 규격에 맞춰 틀에 끼울 것이 못 되지. 진리는 만인이 함께 가질 물건은 아니거든. 이 손 저 손 넘어가는 동안 쇠퇴되고 시체가 되고 썩어버리고 마른 허울만 남고 종국에는 얼토당토않게 본뜬 물건이 나타나서 만인을 호령하게 되는데 그것에 영합되면 학자는 학자가 아닌 동시 우중과 위정자들의 공범자가 될 수밖에 없지.’

장암은 염세적인 비관론자라 할 수 있고 학문의 순수를 망집하는 현실에의 부정자라 할 수 있고 성악설에 근거를 둔 사상은 인간 멸시, 편협과 오만, 냉소, 극단적인 개인주의에 편중된 듯 보였다.

토지 2권 : 박경리 대하소설 | 박경리 저


#윤씨부인과 최치수의 대립

‘말씀하십시오. 어머님의 비밀을 말씀하십시오.’

‘이놈! 생지옥에 떨어진 어미 꼴이 그렇게도 보고 싶으냐?’

“꼭히 가야 하겠느냐?”

“예.”

치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번졌다.

“살생은 죄악이니라.”

윤씨부인은 눈을 감았다.

“하오나 심신단련에는 좋을 듯하여…….”

토지 2권 : 박경리 대하소설 | 박경리 저


#윤씨부인의 눈물

윤씨는 김개주가 전주 감영에서 효수되었다는 말을 문의원으로부터 들었을 때, 무쇠 같은 이 여인의 눈에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토지 2권 : 박경리 대하소설 | 박경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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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읽기 도전 20일차/ 박경리의 토지 1부 2편/ 8장 행패(김평산 vs. 막딸네)


얼굴빛이 달라진 평산은 몸을 돌렸다.

“어딜 가시오?”

평산은 대꾸 없이 천천히 발을 떼놓았다.

‘목을 쳐 죽일 년!’

걸쳐서 하는 말과 직통으로 하는 말의 차이를 평산은 똑똑히 구별한다. 어느 놈이 했느냐 하며 별의별 욕설을 퍼부었을 때는 오불관언이지만 네놈이 도둑이다 했다면 가만있을 수 없다.

‘사지를 찢어 죽일 년!’

자식과 마누라를 거쳐서 온 모욕이었기에―콩밭에서 콩을 훔치고 안 훔친 그것은 문제 밖이다―권위의식은 한층 도도해졌던 것이다. 무슨 짓을 했든지 면대하여 따졌다면 그 버르장머리를 고쳐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양반과 상놈 사이에 시비는 성립될 수 없다. 응징이 있을 뿐이다.

토지 2권 : 박경리 대하소설 | 박경리 저


*막딸네의 오해가 함안댁이 큰 아들 거복이를 체벌하고, 이를 본 평산이 모욕을 느껴 막딸네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함.

비록 양반 출신이라 하지만 대화로 풀어갈 일이지.
왜 폭력을 행사하는가?

과부로 사는 막딸네의 설움과 궁핍함과 오해가 마을 사람들과 갈등을 야기함.
물론 남의 집 먹거리를 훔치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칠성의 아내 임이네도 양심의 가책은 느끼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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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읽기 도전 19일차/ 박경리의 토지 1부 2편/ 7장 암시(잔인한 보복)

‘벌레 같은 놈들! 네놈들이 세상을 삐뚜룸하게 보면 어쩔 테냐? 시궁창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썩어 없어질 놈들이.’

조준구는 마음을 돌이켰다.

그러나 한조에 대한 이때의 미움은 후일 잔인한 보복을 낳게 되리라는 것은 조준구 자신도 예측치 못하였다.

토지 2권 : 박경리 대하소설 | 박경리 저

*조준구와 한조는 서로 어떻게 얽히게 될까?
조준구도 예측 못한 보복 사건의 전개는?


“왜 몰랐겠소. 사내 오기도 있고, 그래 첩을 두게 되었는데 그 계집이 요사하고 간악했던 모양이오.”

“흔히 그렇지요.”

“살림은 탐이 나고 이미 딴 사내를 보고 난 계집은 본댁과 달라 사내한테서 자손 바라기 어려움을 깨달은 모양이오.”

“하하아…….”

“결국 다른 사내를 보아 애를 밴 계집은 남편을 살해했지요.”

“저런!”

“흔히 있는 얘길 게요.”

“아, 그래 그러고도 천벌을 받지 않고 무사했더란 말씀이오?”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오. 지나치게 조상을 숭배하기 때문에 생기는 범죄지요. 무후한 것을 대죄라 생각하는 풍습도 달라져야 할 게고,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 귀신이 더 판을 치는 그따위 풍습도 없어지지 않고는, 서학 하는 사람들을 학살한 것도 따지고 보면 사당을 없이했다는 데 원인이 있고, 나라 자체가 그따위 고루한 것에 사로잡혀 있었으니 뭐가 되겠소.”

조준구는 평소 즐겨하는 식으로 시국 얘기며 나라 형편을 지루하게 논하는 것이었으나 그것은 거의 건성인 듯싶었다.

평산은 긴장한 눈초리로 준구의 입매를 지켜보고 있었다.

겉으로는 상대편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것 같았으나 조준구의 심중을 헤아려보려고 평산은 신경의 날을 세우고 사방에다 촉수를 펴며 더듬는 것이었다.

‘이자가 냄새를 맡고 하는 얘길까? 우연히 한 말일까? 냄새를 맡았다면 그렇게 하라는 뜻인가? 음, 그럴 리 없지. 남의 심중을 알 턱이 있나, 일을 저지른 것도 아니구. 음, 결국 다른 사내를 보아 애를 밴 계집은 남편을 살해했다구?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라구?’

백성들이 눈을 떠야, 어리석은 자들. 무당이 판을 치고 개인 문제에 불과한 선영봉사를 조정에서 왈가왈부하고 있으니.”

토지 2권 : 박경리 대하소설 | 박경리 저


*조준구는 김평산의 계략을 눈치채고 이야기를 꺼낸 것일까?
김평산의 심정은 얼마나 조마조마했을까?


 

● 조준구

몰락양반의 후예로 최치수의 재종형. 작가가 지적한『토지』에서의 가장 속악한 인물이다. 기질적으로 간교하고 음험하며 교만하다. 먼 친척인 최참판가에 유하면서 김평산에게 최치수의 살해를 넌지시 암시하여 최치수 살해에 간접적으로 관여하며, 윤씨부인마저 죽자 손쉽게 재산을 차지한다.

토지 2권 : 박경리 대하소설 | 박경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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