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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읽기 도전 22일차/ 박경리의 토지 1부 2편/ 10장 멀고 먼 황천길(간난할멈의 장례날)

#간난할멈의 장례날


간난할멈의 장례날은 쾌청했다.

나이 어려 굴건제복(屈巾祭服) 대신 천태를 두르고 도포 입은 영만이를 위시하여 두만아비와 두만이, 최참판댁 사내종들은 두건을 썼고 두만어미, 계집종들은 먹댕기에 북포 치마를 입었다. 바우할아범 장사에 비하면 여간 융숭하지가 않았다. 음식도 많이 차려 마을 사람들은 배불리 먹었으며 마을 상여를 빌려오긴 했으나 만장이 여러 개 바람에 나부꼈고 자식 없는 종 신분의 일생이니 호상이랄 수는 없지만 윤씨부인이 죽은 사람을 깍듯이 대접한 만큼 꽤 큰 장례식이었다. 간난할멈은 살 만치 살았었고 뜻밖의 죽음이 아니었으므로 그를 위해 뜨겁게 울어줄 사람은 별로 없었으나 그러나 열두 상두꾼이 멘 상여, 상두채에 올라서서 앞소리를 하는 서서방의 가락은 여전히 아낙들을 울려놓았다. 제 설움에 울고 인간사가 서러워 울고 창자를 끊는 것같이 가락과 구절이 굽이쳐 넘어가고 바람에 날리어 흩어지는 상두가에 눈물을 흘린다.

토지 2권 : 박경리 대하소설 | 박경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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