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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읽기 도전 18일차/ 박경리의 토지 1부 2편/ 6장 음양의 이치(강포수의 귀녀 사랑)


누가 가라고 멱살이라도 잡는 것처럼 강포수는 당황했다. 그런 모습이 평산에게 기이한 감을 주기는 했으나 귀녀 때문이라는 것은 알 턱이 없다.

“옛날에 말입니다.”

강포수의 눈이 행복한 듯 슬픈 듯 흔들렸다.

“요새는 와 그런지 그 생각이 문뜩문뜩 나누마요. 그때 나는 고라니 한 마리를 잡았는데 말입니다. 그기이 암놈이었소. 거 참, 희한한 일이었소. 다음 날 고라니를 잡은 자리를 지나갔다 말입니다. 그랬는데 암놈 피가 흐른 자리에 수놈 한 마리가 나자빠져서 죽어 있더란 말입니다. 총 맞은 자리도 없고 멀쩡한 놈인데…… 그, 그기이 다, 허 참 그기이 다 음양의 이치 아니겄소?”

“……?”

평산은 멀뚱멀뚱 강포수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고라노 조차 짝이 있어 서로의 빈자리와 죽음을 슬퍼하며 함께 하는데 하물며 남녀 간의 사랑과 이별은 오죽할까?

이 대목은 장차 강포수와 귀녀의 애절한 사랑과 이별에 대한 복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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