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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0년 차 교사의 고민


  최근 권재원 선생님이 '교사가 말하는 교사, 교사가 꿈꾸는 교사'라는 책을 읽었다. 그 속에서 교사에 대한 정체성과 교사가 나아가야할 바를 생각하게 되었다. 


  선생님들은 교사가 된 것만으로도 행복한 존재들이다. 왜냐하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으며 순수한 아이들을 만나 그들의 성장을 도우며, 교사 자신도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교사를 홀리는 '승진 귀신'


  그런데 올해 교사 10년 차가 된 나는 많은 생각과 행동을 하였다. 권재원 선생님의 표현을 빌리면, '승진귀신'이 붙은 사람처럼 많은 일들을 하였다. '귀신'이란 표현은 듣기만 해도 섬뜩하지만 교직 사회에서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정말 맞는 표현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정신과 육체가 건강할 때는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데, 정신과 육체가 혼미해지거나 체력이 부치는 상황이 되면 쉽게 '귀신'이 사람을 홀리는 것처럼, 10년 차가 된 시점의 교사에게는 '승진귀신'이라는 놈은 참으로 무섭고 끈질기게 유혹을 한다.


  처음에는 별것도 아닌 것처럼 유혹하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이 놈의 귀신이 사람의 주인 행세를 한다. 10년 차 교사는 참으로 애매한 것 같다. 신규도 아니면서 중견교사도 아니니 위치도 애매하다. 선후배 교사들이나 동료교사들에게 자신의 고민과 생각을 나누기에는 모두가 바쁘고 지쳐있기 때문이다. 



3. 목적 잃은 열심을 부추기는 '범생이 귀신'


  많은 선배교사들이 나와 같은 고민을 했을텐데, 결국에는 체력에 부치고 승진을 안 하면 능력이 없는 존재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불안해 하고, 무엇인가 승진점수를 모으지 않으면 교직사회에서 능력이 없는 존재로 보여질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정말 열심히 살아간다. 마치 '범생이 귀신'(목적도 방향도 없이 열심히 살아가지만 가치 없는 것을 향한 열심으로 인해 자신과 타인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들을 의미)이 든 사람처럼 살아간다.


  나 또한 그러한 두려움 때문에 지금까지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또 한 가지 교사들이 승진에만 매달리게 만드는 것 중에 하나는 '승진 보다는 본연의 사명인 학생 교육과 자신의 삶을 멋있게 살아가는 선배교사'-롤모델-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분명히 교사로서 학생들과 행복하게 살아가시는 선배교사가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분들이 드러나지 못하는 사회구조나 우리들의 그릇된 가치판단으로 인해 우리는 '롤모델'을 만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나마 반가운 소식은 최근들어 SNS와 현직교사들의 수 많은 저서들로 인해 지표가 될 만한 '롤모델'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4. 심신에 깊은 병이 들어가는 '중견교사'


  또 하나 승진을 향하여 열심히 살아오신 선배교사들(경력20년차 이상)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보니, 보이든 보이지 않든 그분들은 심신의 큰 병들이 들어 있었다. 심적으로는 관리자와 후배교사들에게 압박과 질시를 한 몸에 받으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신체적으로는 버티는 것에 한계를 지나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쥐어짜며 근근히 살아가시는 모습도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은 나의 10년 후의 모습도 이대로 간다면 내가 가까이에서 보았던 선배교사와 다를바가 없을텐데, 나는 벌써부터 체력이 방전되었음을 몸으로 느끼며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갈 수록 마음도 병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몸이 굳어진다.


  과거의 10년이 미래의 10년을 결정한다. 10여년의 공부로 대학과 직장이 결정되듯이 20대의 노력의 결과 30대의 삶이 펼쳐지고, 30대 삶을 치열하게 살아간 결과 40대의 빛나는 삶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나는 구본형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밥'(월급,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살아남기 위해 교사로서 살아갈 것인지? 학급제자들과 동료교사들과 하루하루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면서 40대를 준비하며, 장래를 준비할 것인가?



5. 마지막 희망, 역시 '교사'


  물론 교직사회에 본이 될 만한 학교 행정관리자 분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교직경력 20년 동안 승진이라는 레이스를 열심히 달려온 분들에게는 실제적이고 가치롭게 학교행정을 꾸려갈 준비를 하셨는지? 학교와 학생과 교사를 살리는 학교행정을 할 만한 동력과 교육철학이 남아있을지 의문이다. 

  그래도 나의 초임 시절 관리자 분들의 비상식적인 학교경영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지니신 선배교사들이 지금의 승진 시점에서 제왕적 리더십을 고집하지만 않는다면 나름의 희망적인 모습을 기대해 볼만하다.


  여기에 작성한 의문과 고민과 생각들이 나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것들을 생각하며 나누어 봅니다. 저는 교사로서 아이들을 사랑하며, 이 땅의 선생님들을 존경합니다. 그래서 더 깊은 고뇌를 하며 생각들을 풀어놓아봅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아니하면 제가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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