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보물찾기 003/ 정여울의 미디어 아라크네/ 재능의 발견 (2018.10.11.)


  "지금은 내 수업을 함께하는 학생들에게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재능은 광에서 곶감 꺼내 먹듯 정해진 분량을 소진하는 것이 아니라고. 

  재능은 뜻밖의 타인과의 부딪힘을 통해, 알 수 없는 세계와의 충돌을 통해, 감당할 수 없는 사건과의 조우를 통해 매일매일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제련되고 폭발하고 잉태되는 것이라고. 

  재능은 꿈을 포기하지 않는 무구한 집중에서, 낯설고 어이없는 타인을 만나 그를 미치게 사랑하는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나 아닌 나'를 향해 질주하는 과정 속에서 발견되는 것이라고. 

  그러므로 우리의 문제는 재능을 발견하지 않으려는 아집과 태만에 있는 것이지 재능의 유무 자체가 아니라고. 누구도 자신의 재능을 스스로 발견하는 재능을 가질 순 없는 것이 아닐까."

- 정여울의 <미디어 아라크네> 중에서



  오늘 학생들의 연주회에 참석하여 그들의 연주를 감상하였다. 발표곡 중에서 사춘기 시절부터 즐겨듣던 비틀즈의 'Yesterday'라는 곡을 들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 노래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따라부르긴 했어도 어떤 의미의 가사였는지 궁금해하지도 찾아보지도 않았던 나 자신을 발견하였다.

  그렇게 스쳐지나간 무수히 많은 명곡들이 있었겠지. 이제는 노래 가사말이든, 책 속 명언이든, 영화 속 주인공들의 대사이든지 간에 예전처럼 허투루 흘려보내지 말아야겠다. 찬찬히 들여다 보고 그 속에 숨은 의미를 곱씹어보아야겠다. 너무 가볍게 흘려보내지 말아야겠다.

  학생들의 'Yesterday' 연주곡과의 조우를 통해 나의 재능이 무엇인지를 발견되고 잉태된 것 같아 오늘부터 다시 설레이기 시작한다.

  




728x90

  "Use it or lose it"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쯤 캠퍼스 다닐때, 평생교육원에서 레크레이션 2급 자격과정을 들으며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워낙 사람들 앞에 나와서 떠들거나 이야기하거나 눈을 마주치며 진행하는 것을 어려워하기도 하였고, 나름의 대인 공포증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학교 교육과정설명회 2부 순서로 '가족재능발표회' 진행을 맡았다. 학교 관리자분들, 초청인사분들, 동료선생님들, 학부모님들, 학생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가족노래자랑'과 같이 흥을 돋우는 사회자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예전같았으면 극구 사양하며 한발 뒤로 물러난채 다른 것으로 도와드리겠다고 하였을테지만 10년 넘게 교직에 있으면서 아이들 앞에 서서 이야기도 하고, 때로는 동료 선생님들 앞에서 학급경영 노하우들도 나누는 가운데 담력이 많이 생기기도 한 것 같다. 



  "Use it or lose it"


  "쓰지 않으면 잃어버린다"는 말처럼 자신이 가진 지식, 체력, 재물, 재능 등과 같은 선물들은 사용할 수록 근력이 붙어서 더 큰 힘을 소유하는 것처럼 강해지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레크레이션 강사와 같은 진행자의 책임이 주어졌을때, 나는 사양하지 않았다. 내가 가진 무엇인가로 누군가를 즐겁게 해줄 수 있으며, 누군가를 살리거나 웃게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그것처럼 가치있는 삶이 어디 있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소 길어진 1부 순서를 마치고 무대위로 마이크를 들고 오르는 순간은 참으로 떨리고 두렵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나를 바라봐주며 집중해 주는 시선 자체에 감사한 마음으로 에너지가 넘치게 된다.


  처음 시작을 알리는 아이스 브레이킹 타임으로 넌센스 퀴즈를 내며 선물을 드렸더니 분위기가 조금씩 살아나려는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우리가 자주 먹는 물 중에 가장 좋아하는 물은 무엇일까요?"

  (정답 : 선물)


  위 문제를 내고 맞추시는 분에게 바로 선물을 드리겠다고 했더니, 한 어머님께서 손을 번쩍 들으시고 나오셔서 '선물'이라고 말씀하시고 나오셔서 선물을 받아가셨다. 그것도 아주 부피가 큰 선물로 말이다. 그러자 학부모님들과 내빈들이 기대감을 갖기 시작하셨다.



  그러면서 한 가정이 가족노래자랑에 참가하기 위해 무대 위로 나오셨다. 이 때부터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훈훈하고 즐거운 2부 순서가 진행되었다. 무대 위로 올라오신 분들께는 간단한 인터뷰를 하면서 학생에게는 우리 선생님이나 부모님 자랑을 해달라고 했더니 따뜻한 답변들이 나왔다.


  나중에는 아버님들도 자녀들의 손을 꼭 잡고 나오셔서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시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동참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였다. 끝으로 남은 선물들을 행사에 참여해주신 가정들에게 몇 가지 텔레파시나 가위바위보 게임을 통해 골고루 나누어 드렸다.



  마지막으로 남은 2개의 선물은 교장선생님을 무대 위로 모시고, 퀴즈를 통해 전달을 부탁드렸더니, 참석하신 분들의 의상(하얀 옷, 청바지, 안경 등)으로 추천해주셔서 선물을 전달하고 마무리 인사말씀까지 해주심으로 모든 행사를 마쳤다.


  행사를 마치고나서 집으로 돌암오며 못했던 말들이 생각나서 아쉬운 나머지 몇 글자 적으며 마무리할까 한다.


  "영어로 선물은 Present입니다. 또한 Present는 '현재'라는 뜻도 있습니다. 선물은 다름 아닌 '지금 바로 이 순간' 우리가 여기서 살아 숨쉬고 있는 것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부모님들 곁에 있는 사랑스런 토끼같은 자녀분들이 인생 최고의 선물이며, 그러한 우리 가족이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 지금 이 순간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 있다면,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가족분들과 늘 항상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바라며 오늘의 행사를 모두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