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1. 10년 차 교사의 고민


  최근 권재원 선생님이 '교사가 말하는 교사, 교사가 꿈꾸는 교사'라는 책을 읽었다. 그 속에서 교사에 대한 정체성과 교사가 나아가야할 바를 생각하게 되었다. 


  선생님들은 교사가 된 것만으로도 행복한 존재들이다. 왜냐하면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으며 순수한 아이들을 만나 그들의 성장을 도우며, 교사 자신도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교사를 홀리는 '승진 귀신'


  그런데 올해 교사 10년 차가 된 나는 많은 생각과 행동을 하였다. 권재원 선생님의 표현을 빌리면, '승진귀신'이 붙은 사람처럼 많은 일들을 하였다. '귀신'이란 표현은 듣기만 해도 섬뜩하지만 교직 사회에서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정말 맞는 표현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정신과 육체가 건강할 때는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데, 정신과 육체가 혼미해지거나 체력이 부치는 상황이 되면 쉽게 '귀신'이 사람을 홀리는 것처럼, 10년 차가 된 시점의 교사에게는 '승진귀신'이라는 놈은 참으로 무섭고 끈질기게 유혹을 한다.


  처음에는 별것도 아닌 것처럼 유혹하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이 놈의 귀신이 사람의 주인 행세를 한다. 10년 차 교사는 참으로 애매한 것 같다. 신규도 아니면서 중견교사도 아니니 위치도 애매하다. 선후배 교사들이나 동료교사들에게 자신의 고민과 생각을 나누기에는 모두가 바쁘고 지쳐있기 때문이다. 



3. 목적 잃은 열심을 부추기는 '범생이 귀신'


  많은 선배교사들이 나와 같은 고민을 했을텐데, 결국에는 체력에 부치고 승진을 안 하면 능력이 없는 존재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불안해 하고, 무엇인가 승진점수를 모으지 않으면 교직사회에서 능력이 없는 존재로 보여질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정말 열심히 살아간다. 마치 '범생이 귀신'(목적도 방향도 없이 열심히 살아가지만 가치 없는 것을 향한 열심으로 인해 자신과 타인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들을 의미)이 든 사람처럼 살아간다.


  나 또한 그러한 두려움 때문에 지금까지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또 한 가지 교사들이 승진에만 매달리게 만드는 것 중에 하나는 '승진 보다는 본연의 사명인 학생 교육과 자신의 삶을 멋있게 살아가는 선배교사'-롤모델-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분명히 교사로서 학생들과 행복하게 살아가시는 선배교사가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분들이 드러나지 못하는 사회구조나 우리들의 그릇된 가치판단으로 인해 우리는 '롤모델'을 만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나마 반가운 소식은 최근들어 SNS와 현직교사들의 수 많은 저서들로 인해 지표가 될 만한 '롤모델'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4. 심신에 깊은 병이 들어가는 '중견교사'


  또 하나 승진을 향하여 열심히 살아오신 선배교사들(경력20년차 이상)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보니, 보이든 보이지 않든 그분들은 심신의 큰 병들이 들어 있었다. 심적으로는 관리자와 후배교사들에게 압박과 질시를 한 몸에 받으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신체적으로는 버티는 것에 한계를 지나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쥐어짜며 근근히 살아가시는 모습도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은 나의 10년 후의 모습도 이대로 간다면 내가 가까이에서 보았던 선배교사와 다를바가 없을텐데, 나는 벌써부터 체력이 방전되었음을 몸으로 느끼며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갈 수록 마음도 병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몸이 굳어진다.


  과거의 10년이 미래의 10년을 결정한다. 10여년의 공부로 대학과 직장이 결정되듯이 20대의 노력의 결과 30대의 삶이 펼쳐지고, 30대 삶을 치열하게 살아간 결과 40대의 빛나는 삶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나는 구본형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밥'(월급,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살아남기 위해 교사로서 살아갈 것인지? 학급제자들과 동료교사들과 하루하루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면서 40대를 준비하며, 장래를 준비할 것인가?



5. 마지막 희망, 역시 '교사'


  물론 교직사회에 본이 될 만한 학교 행정관리자 분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교직경력 20년 동안 승진이라는 레이스를 열심히 달려온 분들에게는 실제적이고 가치롭게 학교행정을 꾸려갈 준비를 하셨는지? 학교와 학생과 교사를 살리는 학교행정을 할 만한 동력과 교육철학이 남아있을지 의문이다. 

  그래도 나의 초임 시절 관리자 분들의 비상식적인 학교경영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지니신 선배교사들이 지금의 승진 시점에서 제왕적 리더십을 고집하지만 않는다면 나름의 희망적인 모습을 기대해 볼만하다.


  여기에 작성한 의문과 고민과 생각들이 나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것들을 생각하며 나누어 봅니다. 저는 교사로서 아이들을 사랑하며, 이 땅의 선생님들을 존경합니다. 그래서 더 깊은 고뇌를 하며 생각들을 풀어놓아봅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아니하면 제가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728x90

  "Use it or lose it"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쯤 캠퍼스 다닐때, 평생교육원에서 레크레이션 2급 자격과정을 들으며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워낙 사람들 앞에 나와서 떠들거나 이야기하거나 눈을 마주치며 진행하는 것을 어려워하기도 하였고, 나름의 대인 공포증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학교 교육과정설명회 2부 순서로 '가족재능발표회' 진행을 맡았다. 학교 관리자분들, 초청인사분들, 동료선생님들, 학부모님들, 학생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가족노래자랑'과 같이 흥을 돋우는 사회자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예전같았으면 극구 사양하며 한발 뒤로 물러난채 다른 것으로 도와드리겠다고 하였을테지만 10년 넘게 교직에 있으면서 아이들 앞에 서서 이야기도 하고, 때로는 동료 선생님들 앞에서 학급경영 노하우들도 나누는 가운데 담력이 많이 생기기도 한 것 같다. 



  "Use it or lose it"


  "쓰지 않으면 잃어버린다"는 말처럼 자신이 가진 지식, 체력, 재물, 재능 등과 같은 선물들은 사용할 수록 근력이 붙어서 더 큰 힘을 소유하는 것처럼 강해지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레크레이션 강사와 같은 진행자의 책임이 주어졌을때, 나는 사양하지 않았다. 내가 가진 무엇인가로 누군가를 즐겁게 해줄 수 있으며, 누군가를 살리거나 웃게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그것처럼 가치있는 삶이 어디 있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소 길어진 1부 순서를 마치고 무대위로 마이크를 들고 오르는 순간은 참으로 떨리고 두렵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나를 바라봐주며 집중해 주는 시선 자체에 감사한 마음으로 에너지가 넘치게 된다.


  처음 시작을 알리는 아이스 브레이킹 타임으로 넌센스 퀴즈를 내며 선물을 드렸더니 분위기가 조금씩 살아나려는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우리가 자주 먹는 물 중에 가장 좋아하는 물은 무엇일까요?"

  (정답 : 선물)


  위 문제를 내고 맞추시는 분에게 바로 선물을 드리겠다고 했더니, 한 어머님께서 손을 번쩍 들으시고 나오셔서 '선물'이라고 말씀하시고 나오셔서 선물을 받아가셨다. 그것도 아주 부피가 큰 선물로 말이다. 그러자 학부모님들과 내빈들이 기대감을 갖기 시작하셨다.



  그러면서 한 가정이 가족노래자랑에 참가하기 위해 무대 위로 나오셨다. 이 때부터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훈훈하고 즐거운 2부 순서가 진행되었다. 무대 위로 올라오신 분들께는 간단한 인터뷰를 하면서 학생에게는 우리 선생님이나 부모님 자랑을 해달라고 했더니 따뜻한 답변들이 나왔다.


  나중에는 아버님들도 자녀들의 손을 꼭 잡고 나오셔서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시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동참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였다. 끝으로 남은 선물들을 행사에 참여해주신 가정들에게 몇 가지 텔레파시나 가위바위보 게임을 통해 골고루 나누어 드렸다.



  마지막으로 남은 2개의 선물은 교장선생님을 무대 위로 모시고, 퀴즈를 통해 전달을 부탁드렸더니, 참석하신 분들의 의상(하얀 옷, 청바지, 안경 등)으로 추천해주셔서 선물을 전달하고 마무리 인사말씀까지 해주심으로 모든 행사를 마쳤다.


  행사를 마치고나서 집으로 돌암오며 못했던 말들이 생각나서 아쉬운 나머지 몇 글자 적으며 마무리할까 한다.


  "영어로 선물은 Present입니다. 또한 Present는 '현재'라는 뜻도 있습니다. 선물은 다름 아닌 '지금 바로 이 순간' 우리가 여기서 살아 숨쉬고 있는 것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부모님들 곁에 있는 사랑스런 토끼같은 자녀분들이 인생 최고의 선물이며, 그러한 우리 가족이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 지금 이 순간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 있다면,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가족분들과 늘 항상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바라며 오늘의 행사를 모두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