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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우리가 수고의 대가로 받는 포도주-인간의 영혼을 뒤흔드는 고뇌와 혼돈-를 처음으로 맛보고 그만 취해 버린 게야.

 

지금 여기에서 끈질기고 냉정하게 열심을 다함으로써 마침내 호나자의 영혼을 안전하게 확보한다면, 그는 영원히 네 것이 될 게다.

 

믿음을 갈아엎고 미덕의 싹을 잘라버리는

네 본분을 잊어선 안 돼.

 

물론 전쟁은 재미있는 사건이지.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인간들의 공포와 고통은 고군분투하는 우리네 수천만 일꾼들이 받아 마땅한, 유쾌하기 짝이 없는 활력소다.

 

하지만 주의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런 재난을 통해 수천 명의 인간들이 원수에게 돌아서는 꼴을 보게 될 수도 있고, 혹 그런 지경까지는 이르지 않더라도 이때껏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을 두던 수만 명의 인간들이 자아보다 고귀하다고 믿는 가치와 명분에 눈길을 돌릴 수도 있지.

 

그보다는 모든 인간이 값비싼 요양원에서 죽는 게 우리한테는 훨신 더 좋은 일이야.

 

전쟁이 계속해서 죽음을 환기시킨다는 점도 우리에겐 크나큰 재앙이다.

우리가 가진 최고의 무기 가운데 하나인 '세속에 만족하는 마음'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무용지물이 되고 마니가.

 

원수 편에 속한 일당들은 고난이 이른바 '구원'에 꼭 필요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원수에게 똑똑히 들어 알고 있거든.

 

인간이 원수의 본부에 구원을 요청하기만 하면 그의 요새는 거의 언제나 보호받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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