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넌 우리가 수고의 대가로 받는 포도주-인간의 영혼을 뒤흔드는 고뇌와 혼돈-를 처음으로 맛보고 그만 취해 버린 게야.

 

지금 여기에서 끈질기고 냉정하게 열심을 다함으로써 마침내 호나자의 영혼을 안전하게 확보한다면, 그는 영원히 네 것이 될 게다.

 

믿음을 갈아엎고 미덕의 싹을 잘라버리는

네 본분을 잊어선 안 돼.

 

물론 전쟁은 재미있는 사건이지.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인간들의 공포와 고통은 고군분투하는 우리네 수천만 일꾼들이 받아 마땅한, 유쾌하기 짝이 없는 활력소다.

 

하지만 주의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런 재난을 통해 수천 명의 인간들이 원수에게 돌아서는 꼴을 보게 될 수도 있고, 혹 그런 지경까지는 이르지 않더라도 이때껏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을 두던 수만 명의 인간들이 자아보다 고귀하다고 믿는 가치와 명분에 눈길을 돌릴 수도 있지.

 

그보다는 모든 인간이 값비싼 요양원에서 죽는 게 우리한테는 훨신 더 좋은 일이야.

 

전쟁이 계속해서 죽음을 환기시킨다는 점도 우리에겐 크나큰 재앙이다.

우리가 가진 최고의 무기 가운데 하나인 '세속에 만족하는 마음'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무용지물이 되고 마니가.

 

원수 편에 속한 일당들은 고난이 이른바 '구원'에 꼭 필요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원수에게 똑똑히 들어 알고 있거든.

 

인간이 원수의 본부에 구원을 요청하기만 하면 그의 요새는 거의 언제나 보호받게 되어 있다.

 

728x90

스크루테이프의 편지04. 기도할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막아라.


이제야말로 '기도'라는 괴로운 주제를 적절히 다루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더구나.

 

최선의 방책은 진지하게 기도할 마음이 아예 생기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데까지 막아 보는 거다.

 

어렸을 때 앵무새처럼 따라 기도하던 버릇을 기억해 내도록 부추기거나

스스로 기억한다고 믿게끔 유도하는 게 아주 효과적이다.

 

초심자가 이런 생각을 할 경우,

사실은 의지와 지성을 집중시키지 않은 채

막연하게 경건한 기분만 만들어 내려고 애쓰는 꼴이 되는데도 말이야.

 

잊지 말거라.

인간들은 자신이 동물이며, 따라서 육체가 하는 짓들이

반드시 영혼에 영향을 주게 되어 있다는 점을 노상 잊고 산다.

 

오히려 우리의 최대 과업은 그들의 마음에 이런저런 것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게 아니냐.

 

개중 간단한 방법은 원수(예수)를 바라보고 있는

환자의 시선을 그 자신에게로 돌려 버리는 것이다.

 

환자가 제 마음속만 줄창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의지로 감정을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게 만들거라.

 

728x90

스크루테이프의 편지03. 상대방의 신경을 긁어대는 돈독한 습관을 그 집안에 들여 놓거라.

날마다 아픈 데를 찔러가며 상대방의 신경을 긁어대는 돈독한 습관을 그 집안에 들여 놓거라.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도움이 될 게다.

1. 환자의 관심을 내면생활에 집중시키거라.
가장 기본적인 의무는 등한시한 채 가장 어렵고 영적인 의무에만 마음 쓰게 하거라.
정작 본인은 한 시간이나 자기 성찰을 하고서도 깨닫지 못하는 수준까지 끌어내려야 한다.

2. 고도로 '영적'인 기도만 줄창 읊어대게 하거라.
그 영혼의 상태만 가지고 노심초사하게 만들라구.

3. 두 인간이 오랜 세월 함게 살다 보면 서로 거슬리는 '말투'나 '표정'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 점을 노려야 해.
환자는 자기 표정이나 말투가 어떤지 잘 모르니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게야.

4. 문명생활에서는, 글자만 놓고 보면 아무렇지 않은 말인데도
(단어 자체는 공격적이지 않으므로) 특정한 순간에 특정한 말투로 사용하면
마치 얼굴을 정면으로 때리는 듯 위력이 생기는 말들을 통해 가족간의 증오가 표현된다.
최대한 과민하게 해석하고 반응하게 하거라.


+ Recent posts